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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 1

2018.08.20 00:12

무엇이 되었든 지금의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음으로 해서 내일이 있다. 내일이 오늘과 같다고 해도 단지 내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늘과는 다른 가치가 있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하늘을 보는데, 하늘은 거뭇하게 흐릿한 모습만을 하고 별을 감추고 빛도 감춘 채 모든 것을 어둠으로 물들이겠다는 듯 시꺼멓게 타오르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한숨에서 말은 말로 끝나는 것임을 엿본다. 그게 무엇인지 무엇을 위한 말이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위태로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자 수단 밖에 되지 않음을 말을 내뱉은 지 10초만에 깨닫는다. 하늘이 말하고 있다. 어둠이 말하고 있다. 그것 모두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고.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한 채 하루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만 간다. 내일은 다시 오늘과 같을 것이다. 오늘은 어제와 같았고 어제는 그제와 같았다.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이고 역사다. 사는 곳이 바뀌고 하는 일이 바뀌고 아프고 안 아프고, 그런 것들은 달라졌다고 말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그보다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운명이란 놈, 그것이 한 사람의 역사를 옥죄고 놓아주지 않는다. 한 사람의 생애는 그 사람만이 갖고 태어난 운명에서 한 발자국도 떼어놓게 두지 않는다. 생활 없는 생활의 연속. 자기 운명의 굴레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은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렇다면 그는 이제 죽을 때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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